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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09:10

감사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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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감사한 죄>라는 시가 있어요.

팔순의 어머니가 새벽기도 중에 흐느끼면서 기도하는 것을 아들 시인이 듣고 쓴거예요.

어머니는 젊어서 홀몸이 되어 온갖 노동 일을 하면서 다섯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냈어요.

큰아들과 막내는 성직자가 되고, 시인이 된 아들은 민주 운동가가 되었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하게 자란 자식들을 보면서 어머니는 늘 감사기도를 바치며 살았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팔순이 되어서야 당신의 숨은 죄가 보인다고 하면서 안타까워 하셨던 거예요.

 

"민주화 운동 하던 다른 어머니 아들 딸들은

정권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 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이 시에서 '감사한 죄'라는 말이 저의 폐부를 찌르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지금까지 무심코 짓고 있던 죄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내 새끼, 내 가족, 내 교회만 무사하면 그저 감사하고 모든게 괜찮았던 죄.

불의를 보고도 분노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죄.

남의 불행을 보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처지를 위안 삼은 죄.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살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잘 몰랐어요.

아버지에게는 나 말고, 우리 말고 다른 자녀들도 많을텐데, 그 자녀들이 겪는 아픔 때문에 미어지는 아버지의 마음을 별로 헤아리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나만 별일 없다고 감사했던 그 마음도 ''라 여기고 새벽제단에서 흐느낀 시인 어머니의 마음을 닮고 싶어요. 그 마음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주일 2부 예배는 사랑의 장기기증예배로 드려요.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얄팍한 감사에 대한 부끄러움과 참회의 마음을 가지고, 나의 몸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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