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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아가신 서강대 장영희 교수님이 80년대 중반 뉴욕주립대학교에 유학갔다가 겪은 체험담입니다.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를 안고 6년 동안 고생고생해서 학위 논문을 다 마무리짓고 심사만 남겨놓은 때였습니다.

LA에 살고 있는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언니집에 잠시 다녀오기 위해서 짐을 꾸려서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여행 중간에 잠시 친구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사이 도둑이 차 트렁크를 열고 짐꾸러미를 몽땅 훔쳐 달아났습니다.

그 안에는 지난 몇 년간 온갖 정성을 기울여 쓴 박사학위 논문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80년 중반은 컴퓨터가 대중화 되기 전이라서 전동타자기로 문서 작업을 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니 오늘날처럼 저장된 글이 남아 있을리가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힘들게 작성한 복잡한 내용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억을 되살려 다시 복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논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장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사흘동안 방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코드도 빼놓은채 식음을 전폐하였습니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목발을 짚고 눈비를 맞으며 힘겹게 도서관에 다니던 일,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꼼짝않고 책을 읽으며 지새웠던 밤들이 너무 허무해서 죽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외롭고 힘들어도 논문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만을 희망으로 삼고 살았는데 모든게 수포로 돌아간 셈이었습니다.

방에 들어박혀서 죽고 싶다고 생각한지 한 닷새쯤 되는 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이 있었습니다.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논문 따위쯤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서 본능적으로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절체절명의 막다른 골목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듣고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1년 후 그는 다시 논문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논문 맨 첫 페이지 헌사에 "내 논문 원고를 훔쳐가서 내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인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도둑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장교수님은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혹시 지금 우리 가운데 장교수님처럼 실패와 낙심으로 주저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면에서 울리는 깊은 음성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온갖 소음들이 스쳐지나가는 가운데서도 희망의 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그 희망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그리고 그 음성을 품고 다시 시작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정교회 시작한지 5개월 가까이 되었습니다.

목자 목녀들이 힘겹게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 안쓰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섬기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희생이 담긴 일이기에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넘어질 때도 있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목장을 통해서 늘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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