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우물이 깊은지 얕은지는 돌맹이 하나를 던져 보면 알 수 있어요.

돌이 물에 닿는데 걸리는 시간과 그 때 들리는 소리를 통해서 우물의 깊이 정도를 알 수 있어요.

내 마음의 깊이도 다른 사람이 던지는 말을 통해서 알 수 있어요.

내 마음이 깊으면 그 말이 들어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리고 깊은 울림과 여운이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흥분하고 흔들린다면 아직도 내 마음이 얕기 때문이죠.

 

지난주에 신천지 신자 부부와 몇 시간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어요.

기대하지도 않았고 별로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그들 한 마디에 쉽게 흥분하고 상처 받고 흔들리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직 얕고 메마른 마음의 우물을 탄식하게 되었어요.

비난의 말이나 경멸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깊고 풍성한 우물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들이 던진 돌멩이 소리가 얼마나 크고 빨리 들리던지 오히려 제가 깜짝 놀랐어요.

 

고난주간 동안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면서 깊은 우물 같은 주님의 마음을 생각했어요.

기도하지 않고 잠자는 제자들을 보면서 '슬픔으로 인하여' 잠든 것이라고 이해해주셨어요.

군병의 귀를 다치게 한 제자에게는, 그렇게 한 일이 합당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것까지 참으라고 하셨어요.

십자가 위에서는 당신을 희롱한 군병들이 무슨 짓인지도 모르고 한 일이라며 용서의 기도를 하셨어요.

십자가에 못박힌 한 강도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 왔던지 상관하지 않고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부활 후에도 배신한 제자들을 찾아가서 꾸짖거나 책망하지 않고 그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기원했어요.

주님의 깊이를 정말 잘 모르겠어요.

사랑과 용서, 인내와 자비, 그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깊이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릴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 던지는 어떤 말이나 행동에도 깊은 울림과 여운으로 반응할 수 있는 깊고 풍성한 마음의 우물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런 생명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부활절을 맞이하기를 원합니다.